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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후기 & 볼러의 눈으로 분석하기

리콘주니 2023. 2. 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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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평점
8.6 (2023.01.04 개봉)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출연
강수진,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 고창석, 나카무라 슈고, 카사마 준, 카미오 신이치로, 키무라 스바루, 미야케 켄타, 사카모토 마야

전설의 명작 슬램덩크.

1992년 처음 연재를 시작한 이 전설의 농구만화는 
당시 조던을 위시한 NBA와 94년 방영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인기가

더해지면서 당시 청소년들과 2, 30대(아마 40대도?) 모두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연재 종료 26년이 넘은 지금도 각종 명대사와 명장면이 숱하게 패러디되거나 
모티브로 쓰이고 있고, 후속판 제작 여부나 작가의 동향,

후속 줄거리 등이 지속적으로 화두가 될 정도로

만화라는 범주에서 국내 대중문화에 미친 파급력 역시 어마어마한 작품이다.

​사실 긴 설명이 불필요하므로 패스.

 

 

94년에 처음으로 농구를 시작하고 2023년까지 농구를 지속해 오고 있는 
볼러의 입장에서, 이 포스팅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시청하는 분들이

가지게 될 수 있는 사소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것으로 구성해 볼까 한다.

 

 

1. 작중 백호의 재능이 예사롭지 않은데, 왜 패스를 안 해줄까?


게임을 할 때마다 패스 좀 달라 때 쓰는 강백호.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확실히 묘사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농구 초짜인 강백호의 허접한 움직임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만화에서는 그저 초보자이고 더 잘하는 서태웅이 있으니까 

강백호에게 패스를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 강백호의 움직임을 보면 포인트 가드 송태섭이 절대로 

패스를 줄 수가 없는 움직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런 몸싸움이나 움직임 없이 그저 송태섭을 향해 

엔트리 패스를 달라고 손만 흔들고 있는 것이다 ㅎㅎ

(골밑에 선수가 자리를 완벽히 잡았을 때 포인트 가드가 넣어주는 패스를 엔트리 패스라고 한다.)

 

 

수비수들은 호구가 아니라고 ㅎㅎ

공을 빼앗기 위해 수비수가 매의 눈으로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공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전혀 확보하지 않고 손만 흔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농구 초보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그 모습이 영화에서 완벽 재현되는 것을 보면서

실제 경기에 초보자를 투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답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ㅎㅎ

 

 

2. 송태섭은 왜 더블팀을 뚫지 못해 내내 고생할까?


후반전 갑자기 시작되는 올코트 프레스.

개인적으로 사회인 농구에 참여하며 포인트 가드를 맡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포인트 가드를 압박하는 더블팀 수비를 여러 번 당한 적이 있다.
순간 맨붕이되며 벽에 휩싸인 듯한 기분이 되는데, 아주 짜증 났던 기억이 있다.
더군다나 송태섭의 상대들은 신장이 훨씬 크다. 
(정우성 186cm, 이명헌 180cm, 송태섭 168cm) 
따라서 그런 피지컬 열세 상황에서 드리블 자세도 완전히 세팅되지 않은 채로,

어정쩡하게 받은 공을 가지고 저 톱클래스 두 명을 벗겨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더블팀 수비에 괴로워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라.

피지컬이 더 뛰어나더라도 괴로운 것이 더블팀 수비인데, 

송태섭은 자신들보다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상대들에게 그야말로 두들겨 맞았으니 

여린 고등학생으로서 울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 압박을 결국 이겨내고 

영화 내 쌓여왔던 답답한 갈등을 한방에 뚫어내는 듯한 연출은, 

(한나의 대사인 "뚫어! 송태섭!"이 매우 적절했다)
농구인으로서도 보기에도 영화 서사의 완성으로서도 정말 훌륭한 장면이었다.

 

 

3. 부상을 입은 강백호, 저런 움직임이 가능할까?

 

 

이 허슬플레이로 강백호는 심각한 등 부상을 입게 된다.

산왕전 후반부 슈퍼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고 난 뒤 강백호는 등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묘사를 보면 대화중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윽!", "윽!" 하는 외마디 비명을 계속해서 지르게 되는데, 

이는 심한 충격으로 추간판이 탈출하거나 척추에 심각한 골절이 생겼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그 모습이 너무도 리얼하게 연출되어 개인적으로 PTSD가 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후 강백호가 보여주는 플레이를 보라.

 

 

210cm 신혈필의 골밑 슛을 블록 해내고

 

 

덩크를 시도하는 정우성의 풀 점프를 더 위쪽에서 걷어내며

 

 

다시 한번 몸을 날리는 슈퍼 허슬플레이를 보여준다.

역시 농구를 하며 입은 척추 관련 질환 덕에 2년 이상 침대 신세를 졌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막판 강백호의 저런 슈퍼 플레이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가슴 찡한 장면들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플레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숨만 쉬어도 통증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점프는 고사하고

공을 잡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이 장면은 유일하게 가능할지도....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강백호의 부상을 보여주는 방식이 리얼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보여주는 슈퍼 플레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이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전율을 가져다주는 작화. 최고의 연출.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소년만화로서는 그럭저럭 재미를 주긴 했으나 

농구를 묘사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낙제점이었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실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현장감과 리얼함을 전해주고,
매우 화려하고 극적인 장면들을 그저 경기 중의 2점 플레이인 것으로

묘사하는 듯한 건조한 연출도 무척 마음에 든다.

게다가 경기가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

게임의 긴장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캐릭터들이 쓰는 기술들이 전부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기술들이라 

그 디테일들을 볼러의 눈으로 분석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고등학생들이 림위로 날아다니는 듯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논외다 ㅎ)

 

 

나에게는 농구와의 첫사랑 같은 만화였다.

스케치로 시작되며 3d 카툰 렌더링 화면으로 바뀌는 

매우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은 
마치 내가 과거 슬램덩크에서 처음 느꼈던 그 감정을

현재로 불러오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혹자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제목을 가리키며 

세컨드, 써드 시리즈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나 기대를 갖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저 제목은 '첫사랑'이나 '처음 느낌'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나의 '첫 번째 슬램덩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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