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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 동심을 요구하는 잔혹극

리콘주니 2023. 2. 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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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숲으로 숨은 시민군은 파시스트 정권에 계속해서 저항했고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군이 곳곳에 배치된다.‘오필리아’는 만삭의 엄마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숲속 기지로 거처를 옮긴다. 정부군 소속으로 냉정하고 무서운 비달 대위를 비롯해 모든 것이 낯설어 두려움을 느끼던 오필리아는 어느 날 숲속에서 숨겨진 미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산이고 숲이자 땅”이라 소개하는 기괴한 모습의 요정 ‘판’과 만난다. 오필리아를 반갑게 맞이한 판은, 그녀가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이며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 가지 임무를 끝내면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넨다. 오필리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현실 속에서 인간 세계를 떠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용기, 인내, 그리고 마지막 임무… 판의 미로가 다시 열리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
평점
7.4 (2006.11.30 개봉)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바나 바쿠에로, 더그 존스, 세르지 로페즈, 마리벨 베르두, 애리아드나 길, 알렉스 앙굴로, 마놀로 솔로, 세자르 비, 로저 카사마요르, 이반 마사귀, 곤잘로 유리아르테, 에우세비오 라사로, 프란시스코 비달, 후안조 쿠칼론, 리나 미라, 마리오 조릴라, 세바스찬 하로, 밀라 에스피가, 페파 페드로체, 마리아 지저스 가토, 아나 사에즈, 차니 마틴, 밀로 타보아다, 페르난도 알비주, 페드로 G. 마르조, 호세 루이스 토리조, 이니고 가르세스, 페르난도 티엘베, 페데리코 루피, 치초 캄필로, 파블로 아단

이 영화는 2006년의 막바지를 멋지게 장식한 최고의 영화다.
지금은 좋은 영화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썩 그렇진 못했다.(이유가 있다) 

 

 

이 포스터로 개봉했었다면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ㅎㅎ

 

본 영화의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 피터 잭슨, 샘 레이미 등의 감독들과 

그 행보가 매우 비슷하다. 본래 전공은 그런 쪽이 아니었으나

상업영화 쪽으로 눈을 돌려 영화를 만들게 멍석을 깔아줬더니,

아주 날개를 단듯 끝내주는 영화들을 만들어 내더라는 거다.

 

바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다.
이 감독을 비롯하여 앞서 언급된 2006년 당시
신진(지금은 거장들이다) 감독들은, 
대부분 독특하게도 감독 특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탁월한 재미와 구성, 연출, 이야기 면에서 명작들로 불리기 이상하지 않은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들을 만들어 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괴상한 캐릭터들. 헬보이부터 판의미로, 쉐이프오브워터에 이르기까지.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전작인 헬보이 1편 역시,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그로테스크한 수준의 캐릭터들 덕분에

썩 인기 있는 영화는 아니었음에도, 
그 독특함과 기발함은 정말 탁월한 영화였었다.

 

 

이거 보고 안 놀랠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거다.ㄷㄷ

그리고 '판의 미로'에 이르러서는, 
그 독특함과 기발함을 그대로 계승함과 동시에 
잔혹함과 섬뜩함까지 가미해서 관객들을 놀래켜 주고 있다.

움짤의 괴물을 처음 목도했을 때 그 긴장감이란 어우 ㄷㄷㄷㄷ

 

 

왼쪽은 개봉 당시의 포스터, 오른쪽은 재개봉 포스터,

당시 극장가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연대기처럼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판타지 영화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허나 찌라시 팸플릿과 황당한 마케팅으로 인해
(왼쪽의 포스터를 보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국내에서는 단순 알흠다훈 판타지로 알려졌던 탓에, 
나니아 연대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신비롭고 알흠다훈 

파스텔톤 동화와도 같은 느낌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뒤통수를 강타당하게 된다.
아이들과 동행했던 부모들은 특히나 더.
황당한 사고였지만 이런 결과가 영화의 잘못은 분명히 아닐 거다.

 

 

안톤시거까지는 아니지만, 못지않은 극악무도한 행태를 자랑하는 악역.

본 영화는 판타지 영화이기는 하지만 현실과의 경계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처음 접하는 그 느낌이 매우 독특하고 새롭다.
현실이 판타지인지 판타지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니까. 

이런 독특한 느낌의 판타지가 그 당시 있었나? 

없었다. 적어도 내 기억엔.
그렇게 모호한 의식 속에서 감독은 스페인 내란을 배경으로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추악한 모습을 주로 한 명의 캐릭터를 통해

여과 없이(이거 중요하다 - 여과 없이) 보여준다. 

​다소 충격적인 엔딩은 순수하기 그지없는 오필리어를 빗대어,

"순수함을 잃어버린 너희 관객의 생각은 어떠냐?" 하고 묻는 듯하다. 
사실 영화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는 그것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문과 그에 따른 해답은,

'순수'라는 특성의 소지 여하에 따라 분명하게 갈리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니 '순수'라는 단어는 너무 추상적이다.'동심'이 더 낫겠다.
잔혹하면서도 충격적인 영화를 감상하는데 
동심이 필요하다니 매우 아이러니긴 하지만,

​어쨌든 당신의 세계엔 아직 '동심'이 남아 있는가? 를 판별해 줄,

매우 독특한 영화.
더불어 영화의 마케팅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는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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