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7.9 (2013.11.07 개봉)
- 감독
- J.C. 챈더
- 출연
- 로버트 레드포드
'올 이즈 로스트'를 재관람했다.
최근 다시 본 이 독특한 작품에는
그동안 영화들에 있던 많은 것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의 미학이랄까.
그중 몇 가지를 꼽아보고,
그로부터 이 영화의 성취를 말하려는 것이
이번 포스팅의 목적.
1.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영화의 클로징 크레딧에서
Our Man이라고 소개될 뿐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 Our Man이 누군가에게
사과 편지를 쓰는 음성 해설로 시작한다.
그런데..
2. 편지의 수신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 편지를 나중에 발견하게 될
임의의 누군가에게 쓴 것인지,
아니면 신에게라도 쓴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올 이즈 로스트'의 독특하면서도
매우 창의적인 선택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3. 배경 이야기가 전혀 없다.
그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소유일 것임이 분명한 요트를 몰고
대양을 항해하고 있는
지친 표정의 노인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모든 것에 통달하고
사회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현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라든지
불행한 사고로 가족을 잃었거나
가정에 소홀했던 일 중독 가장에 관한
흔한 설정 같은 것도 전혀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4. 대사도 없다.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독백이나 혼잣말 등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 변화나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려 할 테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거 없다.
'자막 제작자는 과연 얼마를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드는 대사량이다.
아마 다 해봐야 반 페이지도 안될듯?ㅎㅎ
5. 바다 외엔 아무것도 없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있었고,
'캐스트 어웨이'에서는 하다못해
윌슨 배구공이라도 있었는데
'올 이즈 로스트'는 완전한 고독이다.
그저 바다와 한 남자뿐.
현대판 노인과 바다라고 할만하다.
그럼 이렇게 대부분의 것들을
죄다 거세해 버린 채로
영화는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것일까?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흥미롭게도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력한 우화가 된다.
끝없는 바다를 표류하는 작은 배의 모습처럼
우주에서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우발성을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고,
바람의 변덕을 극복하기 위해
고투하는 개인의 광경만큼
생생한 모습은 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격이 행동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라고 믿었다 한다.
나는 그 표현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본 적이 없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놀랍게 여겨지는 부분은
영화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버림과 생략의 형식이,
주인공이 소유물을 하나씩 하나씩 버려가게 되는
영화의 이야기와도 놀랍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버렸더니, 오히려 더 깊고 넓어졌다.
무언가를 얻으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는
오늘날의 우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같은 고전을 포함하여
꽤나 문학 소재로 많이 쓰이는
바다에서의 생존에 대한 전통적인 이야기부터,
삶을 대하는 태도,
아니 어쩌면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밀도 높은 이야기.
위대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보여주는
진정한 내면 연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필견을 권한다.
초강추!!
너무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우리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
좀 버리고 살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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