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7.2 (2007.08.15 개봉)
- 감독
- 데이빗 핀처
- 출연
-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안소니 에드워즈, 브라이언 콕스, 존 캐롤 린치, 리치몬드 아퀘트, 밥 스티븐슨, 존 레이시, 클로에 세비니, 에드 세트라키안, 존 게츠, 존 테리, 캔디 클락, 엘리어스 코티스, 더모트 멀로니, 도날 로그, 준 다이안 라파엘, 시아라 휴제스, 리 노리스, 패트릭 스콧 루이스, 펠 제임스, 필립 베이커 홀, 데이빗 리 스미스, 제이슨 윌스, 찰스 슈나이더, 제임스 카라웨이, 톰 베리카, 지미 심슨, 도안 리, 카리나 로그, 조엘 비소네트, 자크 그레니어, 존 마흔, 맷 윈스턴, 줄스 브러프, 존 엔니스, J. 패트릭 맥코맥, 아담 골드버그, 제임스 르그로스, 찰스 플레이셔, 클리어 듀발, 폴 슐즈, 애덤 트레즈, 페니 월레스, 존 헴필, 마이클 파란코에르, 토마스 코파치, 배리 리빙스톤, 크리스토퍼 존 필즈
이 영화는 비슷한 소재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한국영화인 '살인의 추억'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 영화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살인의 추억'과는 비교가 힘들 정도로 그 성질이 매우 많이 다른 것 같다.
'살인의 추억'의 경우 정말 제목 그대로 탁월한 감수성을 지닌 영화로,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열악한 환경들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지면서
그야말로 놀라운 재미를 선사해 준 작품이었음에 틀림없다.
장르 영화로서 스릴러의 외피를 입고,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적절히 영화의 분위기와 서스펜스의 요소로 활용하고
때론 풍자하기도 하는 능수능란함은 정말 압도적인 것이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들에는 다분히 스릴러로서
일반적인 영화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요컨대 연쇄살인마의 행각을
음악과 편집이라는 요소로 서슬퍼렇게 묘사하는 것과 같은 기교 말이다.
비슷한 소재로 자주 비교되곤 하는 두 영화.
그것이 별로라는 이야기를 하는것은 아니다.
바로 '조디악'이라는 영화가 그것과는 좀 다르다는 거다.
본 영화는 비슷하게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표현방식에서 완전히 길을 달리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이 드라마의 한가운데로 관객들을 몰아넣고
감동과 분노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였다면,
'조디악'은 '이런일이 일어났습니다'하고 알려주는 서술형 방식과도 같다.
쉽게 말하면 수사노트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아무런 감정없이 쓰인 수사노트의 기록을 보고
감동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다.
영화는 수사노트같은 무미건조한 진행을 따르고 있긴 하되,
전혀 새로운 느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바로 살인마의 행각에 대해서는 최대한 건조한 시선을 유지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쫒는 '추적자'들의 모습을 표현할때는
예의 데이빗핀처 특유의 극도로 세밀한 연출을 가하는 거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살인자가 등장할 때 분위기가 고조된다 으스스하다.

조디악. 밤이라서 어두운 것일 뿐, 감흥 없이 무덤덤하게 보이는 장면이다. 헌데..
일반적인 스릴러의 문법이라면 살인마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것이 보통일 테지만,
이 영화는 추적자들의 입장만을 부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얼핏 보면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약간 늘어지는 느낌의 구성이
자칫 지루함을 가져다주는 요소로 오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편견이다.
일반적인 스릴러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들의.
감각적인 연출과 엄청난 서스펜스를 보여주었던 데이비드핀처의 영화들이다.
감독이 누구인가. 바로 그 데이비드 핀처다.
마음만 먹었다면 살인마 캐릭터에서 서스펜스를 이끌어 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을 인물 아닌가 말이다. 어떤 이유 있는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거다.
추적자들의 입장에서만 진행되는 영화를 다시 들여다보면,
데이비드 핀처의 놀랍도록 세밀한 연출은 극 중 추적자들이 느끼는 고단함을
관객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 없이 시간은 그냥 흐르고,
수많은 흉악한 사건들이 여전히 매일매일 일어난다.
추적자들이 점점 지쳐가는 것처럼 관객들 역시 그렇게 된다.

사건초반의 의욕과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변해가는 인물들. 나도 변한다.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영화다.
아무리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지쳐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 냉혹함.
혹은 우리를 둔감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 냉정함에 대한 영화.
섬뜩할 정도로 건조하고,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데이비드 핀처의 진면목을 새로운 각도에서 그대로 드러내주는 영화이다.
마이클 클레이튼 때와 마찬가지로, 이 또한 스릴러 장르의 신세계다.
'대중 문화 리뷰 > 영화 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넷 - 무엇을 위한 서커스인가 (0) | 2023.01.27 |
---|---|
데어 윌 비 블러드 - 자본과 손잡은 신앙의 파멸 (2) | 2023.01.25 |
그랜 토리노 - 스케일 따위 (2) | 2023.01.23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더 이상의 서스펜스는 없다 (0) | 2023.01.18 |
클로버필드 - 분방한 사고의 중요성 (0) | 2023.01.18 |
마이클 클레이튼 - 텍스트가 주는 스릴 (2) | 2023.0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