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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문화 리뷰/영화 드라마 리뷰

조디악 - 시간이라는 적

by 리콘주니 202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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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신문 1면에 이 암호를 내보내라. 이 암호는 곧 내 신원이다.오후까지 암호를 신문에 내지 않으면 오늘 밤부터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를 것이다. 주말 내내 밤거리를 누비며 12명을 죽일 것이다.” -1969년 8월 1일, 조디악 킬러의 첫 번째 편지1969년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발레호 타임즈 헤럴드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친애하는 편집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1968년 12월 20일 허만 호숫가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연인, 1969년 7월 4일 블루 락 스프링스 골프코스에서 난사 당해 연인 중 남자만 살아남았던 사건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가 편지에 적힌 단서들은 사건을 조사한 사람 혹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신문사의 업무는 일대 마비가 된다.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 이후 언론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던지며 경찰을 조롱하는 살인범은 처음이기 때문. 범인은 함께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공개하지 않으면 살인을 계속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스어, 모스 부호, 날씨 기호, 알파벳, 해군 수신호, 점성술 기호 등 온갖 암호로 뒤범벅된 이 암호문을 풀기 위해 CIA와 FBI, NIA, 해군정보부, 국가안전보장국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지만 풀리지 않았다. 신문에 게재된 이후 어느 고등학교의 교사 부부가 암호를 풀어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가 1932년에 만들어진 영화 <가장 위험한 게임(The Most Dangerous Game)>을 참조해 살인의 숨겨진 동기를 해독하게 된다. 경찰은 범인이 자신의 별명을 ‘조디악’이라고 밝히자 그를 ‘조디악 킬러’라고 명명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조디악 킬러의 편지와 협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1969년 9월 27일 나파 카운티에서 젊은 연인이 두건을 쓰고 총과 칼로 무장한 채 나타난 조디악 킬러에게 습격 당해 여자는 칼에 찔려 살해되고 남자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달 후인 10월 11일, 프레시디오 하이츠 부근에서 택시운전사가 총에 맞아 사망하고 3일 후 조디악은 이 역시 자신의 짓이라며 택시운전사의 셔츠조각과 함께 다섯 번 째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그 편지는 이제껏 보낸 어떤 편지보다도 끔찍하고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건 당일 경찰이 자신을 검거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음에는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기다렸다가 죽이겠다는 것. 샌프란시스코는 말 그대로 공포에 싸인 도시로 변한다.사건은 커져만 가고, 그레이스미스와 크로니클의 간판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경위 데이빗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윌리엄 암스트롱 경위(안소니 에드워즈)는 수사를 진행할수록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언제 살인을 할 것인지에 대해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앞으로 저지를 살인은 단순강도나 우발적인 살해, 사고 등으로 보일 것이다. 너희들은 날 잡지 못한다. 난 너희보다 영리하니까…”-1969년 11월 9일, 조디악 킬러의 일곱 번째 편지-하지만 조디악은 추적 망을 피해 더 많은 협박을 담은 편지를 통해 조롱을 퍼부으면서 언제나 한 발 앞서 있었다. 그리고 범인이 보낸 편지들은 그레이스미스, 에이브리, 토스키, 암스트롱, 네 명의 인생을 뒤집어 놓는다. 집요하게 조디악 킬러를 쫓던 그레이스미스의 결혼생활은 엉망이 되고 토스키는 자작극의 루머까지 뒤집어 쓰며 불명예를 당한다. 암스트롱은 좌절한 채 수사를 포기하고 에이브리는 약물중독으로 폐인이 되어 신문사를 떠났다. 조디악은 더 이상 공격 대상을 밝히지 않았다. 모방범죄가 전국에서 속출했고 유력 용의자는 거리를 활보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디악의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다.그러나 그레이스미스는 범인의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평점
7.2 (2007.08.15 개봉)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안소니 에드워즈, 브라이언 콕스, 존 캐롤 린치, 리치몬드 아퀘트, 밥 스티븐슨, 존 레이시, 클로에 세비니, 에드 세트라키안, 존 게츠, 존 테리, 캔디 클락, 엘리어스 코티스, 더모트 멀로니, 도날 로그, 준 다이안 라파엘, 시아라 휴제스, 리 노리스, 패트릭 스콧 루이스, 펠 제임스, 필립 베이커 홀, 데이빗 리 스미스, 제이슨 윌스, 찰스 슈나이더, 제임스 카라웨이, 톰 베리카, 지미 심슨, 도안 리, 카리나 로그, 조엘 비소네트, 자크 그레니어, 존 마흔, 맷 윈스턴, 줄스 브러프, 존 엔니스, J. 패트릭 맥코맥, 아담 골드버그, 제임스 르그로스, 찰스 플레이셔, 클리어 듀발, 폴 슐즈, 애덤 트레즈, 페니 월레스, 존 헴필, 마이클 파란코에르, 토마스 코파치, 배리 리빙스톤, 크리스토퍼 존 필즈

 

이 영화는 비슷한 소재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한국영화인 '살인의 추억'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 영화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살인의 추억'과는 비교가 힘들 정도로 그 성질이 매우 많이 다른 것 같다.

'살인의 추억'의 경우 정말 제목 그대로 탁월한 감수성을 지닌 영화로,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열악한 환경들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지면서

그야말로 놀라운 재미를 선사해 준 작품이었음에 틀림없다.

 

장르 영화로서 스릴러의 외피를 입고,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적절히 영화의 분위기와 서스펜스의 요소로 활용하고

때론 풍자하기도 하는 능수능란함은 정말 압도적인 것이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들에는 다분히 스릴러로서

일반적인 영화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요컨대 연쇄살인마의 행각을

음악과 편집이라는 요소로 서슬퍼렇게 묘사하는 것과 같은 기교 말이다.

 

비슷한 소재로 자주 비교되곤 하는 두 영화.

 

 

그것이 별로라는 이야기를 하는것은 아니다.

 

바로 '조디악'이라는 영화가 그것과는 좀 다르다는 거다.

본 영화는 비슷하게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표현방식에서 완전히 길을 달리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이 드라마의 한가운데로 관객들을 몰아넣고

감동과 분노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였다면,

'조디악'은 '이런일이 일어났습니다'하고 알려주는 서술형 방식과도 같다.

쉽게 말하면 수사노트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아무런 감정없이 쓰인 수사노트의 기록을 보고

감동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다.

영화는 수사노트같은 무미건조한 진행을 따르고 있긴 하되,

전혀 새로운 느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바로 살인마의 행각에 대해서는 최대한 건조한 시선을 유지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쫒는 '추적자'들의 모습을 표현할때는

예의 데이빗핀처 특유의 극도로 세밀한 연출을 가하는 거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살인자가 등장할 때 분위기가 고조된다 으스스하다.

조디악. 밤이라서 어두운 것일 뿐, 감흥 없이 무덤덤하게 보이는 장면이다. 헌데..

 

일반적인 스릴러의 문법이라면 살인마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것이 보통일 테지만,

이 영화는 추적자들의 입장만을 부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얼핏 보면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약간 늘어지는 느낌의 구성이

자칫 지루함을 가져다주는 요소로 오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편견이다.

일반적인 스릴러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들의.

 

감각적인 연출과 엄청난 서스펜스를 보여주었던 데이비드핀처의 영화들이다.

 

 

감독이 누구인가. 바로 그 데이비드 핀처다.

마음만 먹었다면 살인마 캐릭터에서 서스펜스를 이끌어 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을 인물 아닌가 말이다. 어떤 이유 있는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거다.

 

추적자들의 입장에서만 진행되는 영화를 다시 들여다보면,

데이비드 핀처의 놀랍도록 세밀한 연출은 극 중 추적자들이 느끼는 고단함을

관객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 없이 시간은 그냥 흐르고,

수많은 흉악한 사건들이 여전히 매일매일 일어난다.

추적자들이 점점 지쳐가는 것처럼 관객들 역시 그렇게 된다.

 

사건초반의 의욕과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변해가는 인물들. 나도 변한다.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영화다.

아무리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지쳐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 냉혹함.

혹은 우리를 둔감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 냉정함에 대한 영화.

 

섬뜩할 정도로 건조하고,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데이비드 핀처의 진면목을 새로운 각도에서 그대로 드러내주는 영화이다.

 

마이클 클레이튼 때와 마찬가지로, 이 또한 스릴러 장르의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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