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 문화 리뷰/영화 드라마 리뷰

데어 윌 비 블러드 - 자본과 손잡은 신앙의 파멸

by 리콘주니 2023. 1. 25.
728x90
 
데어 윌 비 블러드
1898년 지독한 알콜 중독자에 부인도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며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황무지 사막 한가운데서 금을 캐는 무일푼 광부. 어느날 이곳에서 그는 석유 유전을 발굴하면서 일확천금의 행운을 누리게 된다. 야심찬 석유 개발과 함께 시작된 야망과 꿈은 어느새 탐욕과 폭력으로 바뀌게 되고, 쉴새 없이 샘솟는 석유와는 반대로 이들 사이에는 사랑과 존경, 희망, 믿음 등이 사라져만 가는데…
평점
8.1 (2008.03.06 개봉)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폴 다노, 케빈 J. 오코너, 시아란 힌즈, 딜런 프리지어, 베리 델 셔먼, 폴 F. 톰킨스, 랜달 카버, 코코 리, 시드니 맥칼리스터, 데이빗 윌리스, 크리스틴 올레이닉작, 켈리 힐, 제임스 다우니, 댄 스왈로우, 로버트 아버, 데이빗 윌리엄스, 조이 롤스, 아이린 G. 헌터, 호프 엘리자베스 리브스, 데이비드 워쇼프스키, 톰 도일, 콜튼 우드워드, 존 버튼, 한스 호우스, 러셀 하바드, 케빈 브레즈나한, 짐 메스커먼

 

2007년은 정말 엄청난 영화들이 많이 개봉한 해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와 더불어 그해 가장 뛰어난 영화로 나에게 기억되어 있는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그중 하나다. (국내 개봉은 2008)
개인적으로는 대략 5천 편이 넘은  내 영화 관람 인생에서도 top1이라고 생각하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어떠한 각도로도 읽어낼 수 있고, 배우의 연기, 연출, 
텍스트 등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봐도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걸작이라는 생각이다.
워낙에 쓸 거리가 많은 영화이긴 하지만

이 포스트에서는 내가 재미를 느낀 영화의 텍스트를 설명해 볼까 한다.

 

 

굳게 다문 입에서 느껴지는 고집, 치켜뜬 눈에서 느껴지는 욕망ㄷㄷ

 

팽팽하다 못해 끊어질 듯 울리는 현악기의 불안한 소리로 영화는 시작한다.
20세기 초, 캘리포니아 석유 개발사업의 이면을 파헤친 소설 ‘오일!’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야망을 일대기로 보여주는 영화다. 
불안한 현악기의 소리와 함께 깊은 갱도 속에서 홀로 
곡괭이질을 하는 남자 곁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건조한 시선은

보고 있기만 해도 기침이 나올 정도로 건조하다.

남자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영화의 시선은 시작에서 보였던 산을 같은 구도로 다시 올려다보며

마치 경보처럼 다시 불안한 현악기의 소리를 울린다. 
마치 '그곳에 비극이 있을 것이다'라고 암시하는 것 같다.

얼마 후 한 무리와 함께 작업을 펼치던 그 남자가 발견한 석유.
남자는 미소를 띤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작업장 안은 피와 석유로 뒤범벅이 된다. 
이렇게 거의 영화 시작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 후, 
처음으로 주인공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석유의 검은 빛깔은 인간의 어두운 탐욕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렇게 매우 인상적인 10분의 오프닝은 마치 20세기 초의

미국의 발전상을 짧게 압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척 - 금의 발견 - 석유의 발견, 이런 식으로.
시대가 발견한 석유라는 거대한 자원을 통해 자본의 가치가 만들어졌고,

도시가 조성되었고, 결국 신앙의 소비가 급증하게 되었다.
결국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잠시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된 거다.

하지만 석유와 함께 작업장이 피로 물들었듯,

인간이 시대를 따라 광기로 물들어 버릴 것임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

 

 

자본과 신앙의 불안한 공생을 보여주듯 서로 대립하는 두 캐릭터.

 

캐릭터를 통해 보이는 자본과 신앙의 불안한 공생은 

어느 정도 서로 공수를 주고받으며 균형을 유지하는 듯하지만..
오늘의 모습이 보여주듯 자본과 결탁하는 신앙은 

결국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뿐이다. 
모든 것을 독식해야만 만족할 자본이라는 괴물은 

자신의 그릇을 탐내는 신앙이라는 적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석유로 인한 자본이라는 일종의 물질주의적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만들어진 신앙을 모두 집어삼켜버렸다. 
그 안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고 그리스도의 희생이고 성령이고 뭐고 

다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에 던져지는 불쏘시개가 될 뿐인 거다.
마치 원유에서 솟구치는 불기둥처럼 말이다.
그렇게 미국의 시대는 피로 물든 역사를 자본으로 덮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마치 석유와 피가 뒤섞인 작업장처럼.

​물론 영화가 이런 것들을 딱 떨어지는 은유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광기로 물든 무엇인가의 화신들처럼 묘사되는 만큼,
각자가 느낀 텍스트들을 캐릭터에 대입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다른 이의 아들을 사업에 적극 활용하는 주인공, 오늘날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마찬가지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광기에 뒤덮인 시대를 돌아보는 영화다.
탐욕은 인간을 전진하고 발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파국으로 나아갈 뿐임을 이 영화들은 역설한다.
인간의 존재의 가치가 날이 갈수록 의미 없어져 가는 이 시대에 

이 두 영화들은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가치가 무너져가는 시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

 

언뜻 미국의 이야기로 보이는 이 영화는 사실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종교가 기업화되고 권력화되며 자본의 논리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끝이 석유에 뿌려진 피와 같을 것임을 예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다섯 번째 영화는 정말 걸작이다. 
물론 그의 전작들도 하나같이 훌륭했지만,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고전적인 분위기로 덤덤하게 진행된다.

흥미롭게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BGM을 없애 버림으로써 

시대의 냉혹함과 건조함을 묘사했던 것과는 반대되게,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감정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거슬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배경음을 사용하면서 광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두 신앙이 충돌할 때의 에너지는 그야말로 엄청나다.ㄷㄷ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도 큰 볼거리다.
새삼스럽지만 소름 끼치는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명 연기에 인간의 양면성을 얼굴에 드리운 
폴 다노의 엄청난 연기.

실제로 1인 2역을 연기했다.
이들을 통해 석유 산업 붐을 먹고 자라난 자본의 탐욕적인 인상을 함께 느껴보시길. 
또한 이 땅의 수많은 신앙들이 과연 무엇을 향해 믿음을 외치고 있는지도. 

​초초 강추!!!

728x90

댓글